1부에서 어쩌다 PBP에 참가하게 되었는지 출발하기 전까지 상황이 어떤지 이야기를 풀어나갔습니다. 오늘은 PBP 대회 기간 어떻게 라이딩을 하였는지와 끝난 감상에 대하여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대회는 한국과 다르게 저녁에 시작이 되었습니다. 15분마다 조를 나눠 출발 했던 것 같습니다. 저는 H 조로 오후 5시 45분 출발이었습니다. 만명에 가까운 참가자들, 그들을 응원하는 수많은 사람, 출발지의 흥분된 분위기만으로도 이 자리에 있다는 것이 행복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약 3년간 준비한 PBP가 시작되었습니다. 


PBP-기간-나의자전거
PBP 에 함께한 내 자전거



출발, 세계의 랜도너들 

 첫째 날

 수많은 참가자와 자원봉사자들을 뒤로하고 힘차게 출발하였습니다. 낮에 잠을 자진 않았지만, 그리 피곤한 기색도 없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첫날 흥분한 나머지 분출된 아드레날린의 영향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많은사람 속에 섞여 평상시보다 빠르게 나아갔습니다. 원래 잠을 좀 잘 계획이었으나 역시나 흥분해서인지 잠도 오질 않았습니다. 

 '30분'

첫날 잠을 잔 시간입니다. 첫날은 괜찮았지만 이후 두고두고 후회하게 됩니다. 


도로-위의-랜도너들




CP에서-잠을-자는-랜도너들
CP의 흔한 풍경

 둘째 날 

 프랑스의 경치는 우리나라와 사뭇 달랐습니다. 밀밭이 끝없이 펼쳐지고 밭들 사이에는 소나 말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었습니다. 우리와 같은 산도 없고 내리막도 없었지만 은근하게 올라가는 언덕과 내리막 같지 않은 내리막이 연속되었습니다. 

 첫날 잠을 못 잔 게 슬슬 몸에 무리가 되기 시작한 건 오후 무렵이었습니다. 확실히 평속도 느려지고 힘이 들었습니다.  둘째날 잠을 자리고 마음먹고 '루데악' CP에서 잠을 청했습니다.   

 새벽 무렵 가벼운 비가 내렸습니다. 다행히 크게 비를 맞지는 않았지만, 날씨가 너무 추워 몸이 부들부들 떨렸습니다. 8월 한 여름이었는데 새벽에는 4도까지 온도가 떨어졌습니다. 준비한 고어텍스 자켓을 입고 라이딩을 해도 추웠습니다. 프랑스가 한국보다 위도가 높아 일교차가 크다는 걸 겪어봐야 알 수 있었습니다. 


프랑스의-들판-사진



 

 셋째 날

 날이 밝자 이제 600km 지점인 반환점에 가까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코스 중간에 한국인이 운영하는 한식당을 방문할 수 있었습니다. 약간 현지화 된 식당이지만 그래도 쌀과 된장국을 먹으니, 힘이 났습니다.

 가지고 온 보조배터리가 얼마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그 무렵이었던 거 같습니다. 최대한 전기를 아껴가며 브레스트로 향했습니다. 예상보다 다소 늦었지만 (3~4시간가량) 브레스트를 돌아 이제 왔던 길을 돌아가는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저녁에 일찍 잠을 자고, 새벽 일찍 일어나 다른 한국분에게서 보조 배터리를 수혈받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몸은 만신창이었고, 삼일동안 4시간 30분 가량 밖에 밤에 잠을 못 잤습니다. 물론 낮시간에 중간중간 쪽잠을 자긴 했지만 부족한 잠을 메꾸기에 역부족이었습니다.  


푸제흐-성-사진
푸제흐, 성


 넷째 날 

 되돌아가는 길은 더 길고 춥게 느껴졌습니다. 날씨도 일교차가 더 큰 것 같았고, 잠을 자지 못해 너무나 피곤하기도 했습니다. 대회 참가자들이 모여있던 대화방에도 힘들다는 메세지와 포기를 선언(DNF, Did Not Finish)하는 메세지가 올라왔습니다. 역시 1200km 라이딩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닌 건가 봅니다. 그렇게 힘들어하며 드디어 마지막 CP에 늦은 저녁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 CP, Villaines 에서 저녁을 먹고 마지막 힘을 내봅니다. 중간에 배가 너무 아파 프랑스 민가에 도움을 요청해 보기도 하고, 너무나 졸린 나머지 지그재그 주행을 하다 미국 랜도너에게 도움을 받기도 합니다. 마지막 날은 제한 시간에 대한 압박으로 잠을 30분밖에 자질 못했습니다. 대회 가긴 동안 밤에 잠을 잔 시간은 총 5시간을 넘지 않았습니다. 너무 힘들었습니다. 


마지막-CP-저녁식사-사진
마지막 만찬


 마지막 피날래 

 마지막 CP를 지나 너무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어졌습니다. 남아 있는 시간도 평속 20km 이상을 달려야 도착이 가능한 거리와 시간이었습니다. 평소 같으면 충분한 거리이지만 지금은 몸이 너무나 피곤했습니다. 춥고, 졸려 속도를 내기가 너무 힘들었습니다. 점점 어렵다고 느끼고 포기를 생각하고 있던 순간 이탈리아 랜도너덜의 라이딩 팩이 다가왔습니다. 

 주행 속도를 40km 이상을 달리는 젊은 친구들이었습니다. 이 라이딩 팩을 놓치면 정말 DNQ  (Did Not Qulified) 할 것 같은 생각에 악착같이 따라붙었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달렸습니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한 시간 정도 함께 달렸던 것 같습니다. 덕분에 많은 시간을 아낄 수 있었습니다. 지금의 평속으로 달려도 딱, 시간을 맞춰 들어갈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출발지인 헝부이에에 도착하고 마지막 퍼레이드 구간을 지나 계측 구간을 통과하였습니다.

 ' 89시간 18분' 

제한 시간을 42분 남겨두고 꿈만 같았던 PBP를 완주한 것입니다. 

드디어-골인-사진



3부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