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난 5개월간 공황장애, 우울증을 겪고 있습니다. 모든 분이 그렇겠지만 기대하지 않은 순간에 우울증과 공황장애가 한꺼번에 찾아온 것입니다. 지난 5개월간 어떤 일이 있었을까요? 혹시 저와 비슷한 고통을 겪는 분들을 위해 제 경험을 남겨보려 합니다. 


직종 변경, 무모한 도전이었을까?

40대 후반 늦은 나이에 새로운 직종에 도전 하다. 

거의 20년 가깝게 R&D 라는 하나의 분야에 종사했습니다. 일반 사기업의 R&D 이었지만, 나름 최선을 다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메너리즘이 찾아왔습니다. 늘 해오던 방식, 그냥 그렇게 가만히 있어도 전혀 문제가 없는 삶. 

그 삶이 너무 힘들었습니다. 3~4년 고민과 고민을 거듭하다 우연히 찾아온 기회에 새로운 분야에 제안이 들어왔습니다. 

살면서 한 번도 이렇게 적극적으로 결정하고 움직인 적은 없었는데,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지금까지 터잡고 쌓아온 커리어를 과감히 뒤로하고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기로 마음먹고 조직을 변경했습니다.

입사 18년 차. 정말 큰 결정이었고, 또 한동안은 만족감이 무척이나 높았습니다. 


우울증, 공황장애, 힘들 때 모습.
사진: UnsplashNik Shuliahin 



신입사원만큼 열심히 일했습니다. 

신입사원이 아닌데, 신입사원같이 처음부터 다시 하려니, 몸도 힘들었지만, 처음에는 모든 것이 적응이 안되 정신적으로도 약간 흔들리도 했습니다. 

하지만, 다행이 제 앞에 저와 똑같은 길을 겪어 이 자리까지 오게된 3살 나이가 많은 선배가 있었고 그 선배의 조언을 따라 적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다행히 그 선배는 모든 것을 잘 설명해 줘서, 큰 힘이 되었습니다. (너무 믿었을까요?)

'최선을 다하다.'

직장 생활을 20년 가까이 했으면서 직장에서는 '최선' 보다 '결과' 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지난 일년간은 그럴 생각을 할 겨를 없이 정말 열심히 일을 했습니다.  


한꺼번에 찾아온 시련 


사람에 대한 실망, 내 처지에 대한 비판 

문제가 발생한 건, 일 년 평가가 다가오던 23년 11월이었습니다. 

사실 그 전부터 전조는 있었지만 전 그 전조 증상을 그냥 저에 대한 주변의 걱정 정도로 무시했습니다. 

그러던 것이 11월 연말 평가와 함께 한꺼번에 저에게 찾아왔습니다. 

지난 10개월간 별말이 없던 선배가 저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기 시작했습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을 수도 있지만, 그동안 별말이 없었기에, 사실 적지 않은 충격이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선배의 충고 아닌 충고는 이후 4개월간 하루도 빠지지 않고 계속되었습니다. 

때론 화를 내고, 때론 신입사원 다루듯 매일 계속되는 선배의 잔소리는 진짜 사람을 피곤하게 만들고 화나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다 저를 위해서 하는 말이라는 선배의 말도 수긍이 되는 부분이 있었기에 저에게 좋은 소리라 생각하고 묵묵히 그 말들을 듣고 견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하루는 저 자신이 너무 하찮게 느껴지고 바보와 같이 느껴졌습니다. 20년 동안 회사에서 무엇을 하며 지냈는지,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가 된 것 같았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선배는 본인이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저에게 지속 적인 가스라이팅을 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 넌 이곳에 온지 얼마 안되서 이 곳 생리를 잘 몰라'

' 넌 지금 이렇게 하면 또 연말에 고과가 나쁠꺼야, 내 말을 들어야 해'

' 일을 자기 사업하듯이 해야 해, 애들을 봐봐 너 보다 직급도 낮지만 잘 하고 있잖아,' 

 

하루하루 회사에 나가는 것이 참 어렵고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선택한 길이었기에 누구에게도 말 못 하고 제 스스로를 더 채찍질하며 억지로 상황을 돌파하려 노력했습니다.  


그러다 회사가 너무 무서워졌습니다.


신입사원도 아니고, 무려 경력이 20년 가까이 되는 나인데, 회사가 무섭고 사람이 싫어졌습니다.

아침에 통근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싫었습니다. 통근 버스를 타도 다른 생각을 하기 싫어 오지도 않는 잠을 억지로 자며 출근했습니다. 

그 좋아하는 자전거도 거들떠보지 않았습니다. 뭘 해도 재미가 없었습니다. 아니 그 무엇도 하기가 싫었습니다. 

그냥 퇴근을 하면 배터리가 방전된 사람처럼 씻지도 않고 이불 속으로 들어가 잠을 청했습니다. 그렇게 잠을 재고 새벽 2~3시에 깨서 다음 날 아침까지 멍하니 있는 시간이 반복되었습니다. 

새벽에 멍하게 있다 통근버스 타고 잠자며 회사 가고, 회사에선 잔소리를 한 시간씩 들어야 하고, 모든 것이 제 책임이라 자책하며 다시 퇴근하고...


죽고 싶더라구요. 

회사만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로, 심장이 두근거렸습니다. 일만 생각하면 이렇게 만든 모든 책임이 내게 있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이 고통이 끝나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5개월, 이제 다시 시작합니다. 

도와주세요. 저 너무 힘들어요. 

조직을 옮기고 힘들다는 말을 하면 참 없어 보인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때의 제 상태는 거의 존비와 같았습니다. 하루하루 지쳐갔고 현실은 바뀔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야, 무슨 일 있는 거야?"

제가 이곳으로 옮길 수 있게 큰 도움을 준 동기가 그런 나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글이 길어집니다. 2부로...)